8살 차이 늦둥이를 키우며 느낀 진짜 이야기
터울이 적을 때의 장점과 단점
아이들 터울이 1~3살 차이로 가까우면, 흔히 ‘형제자매처럼 친구처럼 자란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출산과 육아를 한 번에 몰아서 끝낼 수 있어 효율적이기도 하고,
비슷한 연령대라 함께 노는 시간도 많아져 정서적으로 유대감이 깊어질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한 장점이다.
형제끼리 같은 장난감으로 놀고, 같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같은 문화 속에서 함께 자라난다.
그래서 외로움을 덜 느끼고, 부모가 개입하지 않아도 둘이 알아서 잘 놀 때도 많다.
육아의 밀도가 높긴 하지만, 일정 시기가 지나면 동시에 손이 덜 가게 되는 점도 있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무엇보다 체력적으로 엄청나게 힘들다.
기저귀를 채 갈아줘야 할 시기에, 다른 아이는 이유식을 시작하고, 동시에 재우고 먹이고 씻기고…
‘하루 종일 육아 전쟁’이라는 표현이 절대 과장이 아니다.
그리고 터울이 적으면 아이들 간의 질투와 경쟁도 자주 발생한다.
한 아이를 안아주면 다른 아이가 울고,
장난감을 서로 갖고 싸우는 빈도도 높다.
아이들이 자라면서도 학원 시간표, 학교 행사, 친구 관계 등에서 충돌하는 경우가 많아
부모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도 계속 긴장하게 된다.
결국, 터울이 적은 형제자매는 아이들끼리 잘 지낼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지만,
그 관계를 건강하게 조율하는 부모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터울이 클 때의 장점과 단점
나는 첫째와 둘째가 무려 8살 차이다.
처음엔 걱정이 많았다. “형제 느낌이 아니라 삼촌이나 고모 같은 관계 되면 어쩌지?”
“같이 놀 수 있을까?”, “정서적으로 너무 멀어지는 건 아닐까?”
그런데 막상 아이들을 함께 키워보니, 생각보다 좋은 점이 참 많았다.
우선 첫째가 육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첫째가 8살이면 어느 정도 자기 일도 하고, 동생이 울면 안아주기도 하고, 기저귀 갈 때 옆에서 도와주기도 한다.
엄마가 힘들 때 “엄마, 내가 동생 책 읽어줄게!” 하는 말은 정말 감동적이다.
물론 늘 그런 건 아니지만, 동생을 귀여워하고 돌보려는 마음이 생기는 건 확실하다.
또한 부모로서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다.
첫째 때는 모든 게 처음이라 긴장하고 불안했는데,
둘째는 이미 한 번 경험해봤기 때문에 조금은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가장 큰 건 함께 놀 시간이 적다.
첫째는 이미 학교, 친구, 학원, 게임 등 자기만의 세계가 형성된 나이라
아무리 귀여운 동생이라도 하루 종일 같이 놀기는 어렵다.
둘째 입장에서는 자꾸 혼자 노는 시간이 늘어나고,
첫째는 “동생 때문에 방해받는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리고 가족 나들이나 여행을 계획할 때,
아이들 연령 차 때문에 일정 조율이 쉽지 않다.
첫째는 놀이공원 가고 싶고, 둘째는 아직 유모차 타고 낮잠 자야 하고…
이처럼 터울이 클 경우, 형제자매 간의 상호작용이 줄어들 수 있지만
부모가 중간에서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면
오히려 더 따뜻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터울이 아니라 ‘관계의 질’
터울이 크든, 작든
결국 형제자매 간의 관계를 좌우하는 건 ‘몇 살 차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관계를 맺도록 도와주는가’이다.
터울이 작아도 갈등이 깊을 수 있고,
터울이 커도 끈끈한 유대가 생길 수 있다.
중요한 건, 아이 각자의 개성과 필요를 존중하면서,
서로 다른 나이와 상황 속에서 이해하고 배려하는 경험을 만들게 해주는 것.
그리고 부모의 시선과 마음가짐도 무척 중요하다.
첫째에게 너무 “넌 동생 챙겨야지”라는 부담을 주기보다,
그 자체로 사랑받는 존재임을 자주 표현하고,
둘째에게도 “언니/오빠 따라가야 해”라는 압박보다는
지금의 나이에 맞는 관심과 애정을 줘야 한다.
터울에 따라 육아 방식은 다르지만,
사랑을 전하는 방식은 같을 수 있다.
나는 때때로
“둘이 친구처럼 자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지만,
서로를 따로 또 같이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길게 이어지길 바라게 된다.
형제자매는 함께 자라며
서로에게 가장 오래 남는 ‘관계’다.
터울이 몇 살 차이든,
그 관계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건 결국 우리 부모의 품과 말, 시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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